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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MBA 열풍…직장인 미래의 보증수표?

입력 | 1999-02-23 19:28:00


대형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3).

그는 지난해 말 대학동기 송년회에 다녀온 뒤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친다. 30명의 신문방송학과 남자 동기생 중 5명이 지난해에 MBA유학을 떠났거나 준비중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회사 내에도 남몰래 MBA유학을 준비중인 동료가 10여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고 또다시 놀랐다. 그러나 유학 경비와 다녀온 뒤의 진로에 대한 명확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많은 엘리트 직장인을 설레게하고 있는 MBA유학. 과연 MBA는 ‘미래로 가는 황금 카드’인가. ‘MBA열풍’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왜 MBA인가

세계 톱클래스 컨설팅회사의 한국지사 컨설턴트인 정모씨(35). 그는 지금 샐러리맨들이 선망하는 위치에 서 있다. IMF한파에 아랑곳없이 지난해 입사 때 그가 받은 초임 연봉은 9만달러(약 1억여원). 몸값뿐만 아니라 그가 보이는 삶과 업무를 대하는 자신감도 부러운 대상이다. 4년 전만 해도 대기업의 평사원에 불과했던 그가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데 대해 그는 “미국 MIT에서 밟은 2년간의 MBA과정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MBA유학을 준비중인 많은 직장인은 아마도 정씨와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의 박광서(朴侊緖)한국지사장은 “한국기업에 선진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외국회사의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MBA학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MBA출신 현주소

동아포커스팀이 최근에 MBA과정을 수료한 2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들의 현재 위치와 연봉은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연봉 수준은 3천만∼1억원으로 굳이 평균을 낸다면 5천∼6천만원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이들이 2년간 쓴 유학 경비는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 5천만∼1억원. 유학 당시 환율이 7백50∼8백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1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표본집단 이외의 사례들도 MBA가 고액연봉의 보증수표는 아님을 보여준다. 요즘들어 국내에는 MBA 출신에게 억대의 연봉을 보장해주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대학동기로 외국계 투신사에 근무중인 38세 동갑내기 2명을 비교해보자. A씨는 리스회사에서 근무하다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치고 지난해 이 회사에 입사해 조사파트에 근무중이다. B씨는 대학졸업 후 13년째 자금운용파트에서 근무중이다. 두 사람의 연봉은 인센티브(30%)를 제외하고 6천5백만원선으로 거의 비슷하다.

또 대부분의 국내 그룹은 MBA경력을 근무경력 2년 정도로 인정해줄 뿐이다. 실례로 미국 퍼듀대에서 MBA를 전공하고 97년 경력4년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대기업에 대리로 입사한 오모씨(30)는 현재 동년배와 비슷한 연봉 2천4백만원을 받고 있다.

외국계 기업도 업체에 따라 연봉의 편차가 크다. 미국의 매킨지 AT커니 등 순수 컨설팅회사와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의 초임 연봉은 8만5천∼9만달러에 육박한다. 반면 아서앤더슨 딜로이투시 등 회계법인에서 출발한 컨설팅회사의 초임 연봉은 이보다 훨씬 낮다.

▼환상은 금물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JCMBA컨설팅 사무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모씨는 “MBA를 따면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상담원의 물음에 “정말 다녀오면 연봉 10만달러의 직업을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만 계속 되풀이했다.

고급두뇌 알선업체인 유니코서치 김형진(金亨鎭)사장은 “미국 톱10의 MBA 스쿨을 나오지 않고는 고액연봉을 보장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매년 톱10의 비즈니스스쿨에 입학하는 학생은 50명선. 1만명의 준비생 중에 극소수만이 ‘황금 카드’를 받아쥘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MBA유학을 떠난 사람은 1천2백여명(학원가 추산)에 달했다.

물론 우리 경제의 세계 경제 편입속도나 향후 외국계 기업의 국내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MBA학위의 효용가치는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MBA출신인 대한투신의 유진(劉璡)박사는 “현재는 국내 기업들이 MBA학위에 특별한 메리트를 주지 않지만 앞으로 외국의 선진 경영기법이 확산되면 MBA출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MBA준비로 주경야독하고 있는 박모씨(31)의 말이다.

“MBA를 딴다고 해도 컨설팅회사나 투자은행의 문호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2년간의 MBA유학과정을 통해 기업경영실무, 어학, 폭넓은 인간관계를 닦아 장래에 어떤 상황에 던져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능한 일꾼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싶어 큰 결심을 했다.”

◎ MBA란?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약자로미국이나유럽의경영대학원 졸업자에게 수여되는 통상 2년과정의 경영학석사 학위다.

일반 대학원 경영학과가 학문으로서의 경영학과 경영이론 교육에 중점을 두는데 비해 MBA과정은 실제 기업사례를 중심으로 경영실무를 가르치는 데 치중한다. 일반 대학원의 경영학 석사학위는 MA(Master Of Arts)다.

현재 미국에는 8백여 대학에 MBA과정이 개설돼 연 9만명을 배출한다. 유럽에도 스위스의 IMD, 프랑스의 INSEAD처럼 실용적인 MBA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스쿨이 있다. 유럽의 MBA과정은 이수기간이 2년인 미국보다 짧아 1년이 약간 넘는다.

MBA는 변호사나 공인중개사처럼 특정 업무를 배타적으로 취급 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니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 컨설팅 회사나 투자은행 취업시 MBA자격이 요구됨에 따라 마치 ‘경영인 자격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 내년 9월학기 MBA 입학하려면…

MBA과정 입학은 대부분 대학졸업후 2∼4년의 직장경력자를 대상으로 경력증명서 GMAT성적 추천서 에세이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MBA입학 준비엔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내년 9월학기 입학을 목표로 한다면?

▽GMAT(Graduate Management Admissions Test)준비〓경영대학원에서의 수학능력을 판단하는 시험으로 논리력 수리력 언어력등을 테스트한다.

10∼11월까지는 GMAT와 TOEFL점수를 받아야 한다. 톱 10에 드는 명문 MBA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GMAT 6백80점 이상 △TOEFL 6백50점 이상은 돼야 안심이다.

▽지원서작성〓인터넷 등을 통해 입학원서를 신청한다. 10월경부터는 에세이 작성을 시작해 내년 1월중순 이전에 모든 지원서류를 해당 대학으로 보내야 한다. 5월 이전에 합격여부를 통보받게 되면 7월경에 출국한다. 지원사정시 직장을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므로 준비기간엔 사직보다는 휴직하는게 낫다.

▽에세이 추천서 작성〓한국의 MBA 준비생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에세이 작성. 지원이유 등의 일반적 주제에서부터 시사성이 있는 토픽까지 다양한 것을 주문한다. 빼어난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토픽 하나를 놓고 다양한 자료와 최소 3∼4권의 책을 보며 2∼3개월은 준비해야 한다. 영어 스펠링을 틀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초안을 만든 뒤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미국식 영어표현이 맞는지 등을 상세히 확인해 봐야 한다.

추천서도 칭찬 일색의 ‘한국식’내용이라면 거의 효과가 없다. 외국기업의 고위 경영진이나 정부 고위관료, 또는 해당 MBA 출신 전문경영인의 ‘구체적인’ 추천서가 효력이 크다.

▽다양한 정보 습득〓원하는 대학의 웹사이트 주소는 기본. 98년도 톱7 MBA 입학자들이 만든 톱 비즈니스스쿨 클럽의 웹사이트(www.tbsc.org)와 컨설팅업체인 JCMBA의 웹사이트(www.mba.co.kr)도 추천할 만하다. 전체 랭킹및 분야별 MBA랭킹을 제공하는 곳은 미국 유에스앤드월드리포트(www.usnews.com/usnews/edu/college/corank.htm)가 가장 정평이 있다.

◇동아포커스팀

이기홍(사회부)

박현진(경제부)

윤종구(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