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세무서 재산세과 유성렬(劉聖烈·45·6급)씨는 인기 연예인처럼 ‘팬’을 몰고 다닌다. 민원인들에게 친절하다 보니 유씨를 한번 만난 사람은 언제나 그를 찾기 때문이다. ‘팬’들은 유씨가 근무지를 옮겨도 찾아와 세무상담을 하고 거리가 멀면 전화라도 한다.
‘팬’이라는 인천의 한 주부(45)는 “유선생님 때문에 ‘세무서는 무서운 곳’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났다”면서 “그 분이 경인지방국세청(인천)을 떠난 뒤에도 세금문제가 있으면 전화로 물어봐요”라고 말했다.
부동산 양도신고 업무를 맡고 있는 유씨는 요즘도 절차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납세자를 납득시키느라 종종 퇴근시간을 넘긴다.
“불만이 가득찬 얼굴로 오셨다가 제 설명을 듣고서는 웃는 얼굴로 돌아가시는 민원인들을 볼 때마다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유씨는 지난해 공무원 생활 13년만에 24평형 아파트(분양가 9천8백만원)를 장만했다. 연탄보일러 단칸방에서 시작해 13평 전세방, 17평 전세아파트를 거쳐 어렵게 일궈낸 마이홈이었다.
유씨는 세무공무원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투명해지고 친절해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유씨는 91년 서울지방국세청 투기조사반에 근무할 때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친 일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당시 세무조사를 받던 유력 정치인의 부인이 유씨에게 몇백만원은 들었음직한 두툼한 봉투를 건넸을 때 유씨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던 것.
유씨는 박봉 속에서도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아내(43)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재(理財)에 밝지 못한 세무공무원과 함께 살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은 아내가 고마울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