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속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정부와 시민단체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현행 속도제한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교통사고 급증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자유로의 법정 속도는 80㎞지만 실제 평균 주행속도가 낮에는 1백6㎞, 밤에는 1백34.6㎞나 된다. 법정 속도를 준수하는 차는 거의 없다. 이런 현실에서 현행 법정속도를 고수하면 자유로를 오가는 대다수의 운전자를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
설사 단속에 적발돼도 재수없어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속을 둘러싸고 경찰관과 운전자 사이에 뇌물이 오가는 등 부정과 비리의 소지도 다분하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를 탓하기보다 규제의 강도 차종 수단 등을 현실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정책수립시 준수 가능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한속도를 완화하면 안전사고가 급증해 운전자의 안전을 해칠 것이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최고 속도를 상향 조정한 결과 사망 사고가 평균 20% 이상 증가했고 평균 주행속도도 약간 올라갔다는 보고가 있다.
속도제한과 관계없이 빨리 달리던 운전자들은 계속 빨리 달린다. 속도제한이 완화됐다고 해서 이미 시속 1백㎞ 이상으로 질주하던 운전자가 더 과속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미국에서 주행속도가 올라간 것은 운전자들이 상향 조정된 규정에 따라 주행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의 주원인은 속도 자체라기보다 자동차간 주행속도 차이와 차간 간격 때문이라는게 교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제한속도가 올라가면 사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라고 본다.
또 차종별 차로지정 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한국에만 있는 제도이다. 7인승 소형승합차 등은 승용차와 별 차이가 없는데도 1차로 주행을 할 수 없어 많은 운전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형화물차를 제외하고는 차종별 속도를 제한하지 않는다.
규정을 어기는 운전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준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물론 안전표지판이나 노면감속시설 확충 등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김태윤(한국행정연구원 규제개혁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