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생명이 태어나는
경계에는 어느 곳이나
올가미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
저렇게 떨림이 있지 않겠어요
꽃을 밀어내느라
거친 옹이가 박인 허리를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저늙은동백나무를보아요
그 아뜩한 올가미를 빠져나오려
짐승의 새끼처럼
다리를 모으고
세차게 머리로 가지를 찢고
나오는 동백꽃을 이리 가까이 와 보아요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
그러니 동백이 저리 붉은 거지요
그러니 동백을 짐승을 닮은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계간 ‘문학동네’ 9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