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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향기]송찬호 「관음이라 불리는 어느 동백에…」

입력 | 1999-02-25 19:24:00


무릇 생명이 태어나는

경계에는 어느 곳이나

올가미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

저렇게 떨림이 있지 않겠어요

꽃을 밀어내느라

거친 옹이가 박인 허리를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저늙은동백나무를보아요

그 아뜩한 올가미를 빠져나오려

짐승의 새끼처럼

다리를 모으고

세차게 머리로 가지를 찢고

나오는 동백꽃을 이리 가까이 와 보아요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

그러니 동백이 저리 붉은 거지요

그러니 동백을 짐승을 닮은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계간 ‘문학동네’ 9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