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영화 ‘쉬리’. 그러나 이 영화의 완성도를 두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다.
‘쉬리’는 개봉 13일째인 25일 현재 서울에서 59만8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한국영화 최대흥행작인 ‘서편제’(서울관객 1백3만5천7백41명)의 기록 돌파는 시간문제다.
‘쉬리’가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31억원)를 들였고 ‘재미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지금까지 돈을 많이 들였거나, 잘 만든 한국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쉬리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이 영화가 대형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무엇인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쉬리’의 흥행 열풍이 대량 홍보 등 여론조작과 ‘남들도 다 봤다’는 식의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경쟁심리에 의한 과열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영화평론가인 강한섭교수(서울예대)는 “시나리오도 빈약하고 기술적 완성도도 두드러지지 않는 평범한 수준의 영화”라고 일단 ‘쉬리’를 낮게 평가했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들의 센티멘털한 감수성을 잘 포착, 액션과 비극적인 사랑을 버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
그는 또 “대중영화 수용자 분석틀 가운데 ‘불신의 정지’라는 개념이 있다. ‘저건 거짓말’이라고 느끼는 불신을 멈추고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게 되는 지점을 일컫는데 ‘쉬리’에 대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열광적인 분위기때문에 그 관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도 ‘쉬리’의 흥행 이유를 “물량공세 때문”이라고 일축하며 “완성도는 둘째치고 구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에 너나없이 열광하는 태도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쉬리’의 ‘높은 완성도’가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관객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주류였던 멜로물에 식상했던 차에 ‘쉬리’의 과감하고 정교한 대형 액션과 분단문제라는 시대성을 바탕에 깔아 차별화된 멜로로 만들어낸 게 크게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영화평론가 이명인씨도 “분단문제를 소재로 삼은 시의적절함, 흉내만 내다 마는 식이 아니라 할리우드 수준까지 끌어올린 그럴싸한 액션을 만들어낸 성실성”을 흥행 비결로 꼽았다.
‘쉬리’를 둘러싼 영화 외적인 조건도 흥행 열풍의 한 요인. 액션영화는 수요가 큰 시장인데도 그간 관객들을 사로잡는 국내외 대형 스타가 없었던 점과 연중 최대의 성수기인 설날 연휴에 ‘쉬리’와 겨룰만한 할리우드 대작이 없었던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박세리에게 열광했던 ‘세리 붐’처럼, ‘쉬리’의 ‘유사 할리우드성’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우리도 뒤지지 않는구나”하는 감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