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파스텔톤 조명에 푹신한 소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잠시 착각했다.
‘카페에 잘못 찾아온 걸까.’
하지만 벽에 반듯하게 꽂힌 비디오테이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비디오방이 틀림없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장식된 대기실을 지나 감상룸에 들어섰다.
널찍한 방의 전면 벽에는 1백인치 크기 액정화면이 걸려 있다. 널찍한 공간에 복도쪽으론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대형 통유리가 달렸다.
의자에 길게 누인 몸 위로 빔프로젝터의 빛이 액정화면을 향해 쏟아진다.
화면 밑, 천장에 설치된 4개의 스피커에서는 서라운드 입체음향이 다이내믹하게 터져 나온다. ‘고질라’의 발자국 소리는 몸으로도 느낄 정도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로데오거리의 비디오방 ‘시네마 클럽’. 빌딩 한층 전체(70평)가 비디오방이다.
요즘 ‘침침한 밀실’의 대명사인 비디오방이 이처럼 쾌적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소형 영화관’으로 변신하며 영화마니아를 끌어들인다.
대형화면을 갖추고 ‘탈밀실’을 지향하는 신종 비디오방이 느는 곳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강남역, 서대문구 신촌 일대.
타깃 연령층은 20대와 30대초반. 이른바 ‘영상세대’다.
영화관까지 가서 줄 서서 표를 사고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수고가 이들에겐 아깝게 생각된다. 좁은 의자에 앉아 옆사람을 신경써야 하는 경직된 분위기에선 영화에 빠져 들 수없다고 믿는다.
영사기가 돌아가는 동안엔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이 이들의 욕구. 그렇기 때문에 TV에 만족하지 못하고 역동적인 영상을 전달하는 대형화면과 고급 음향기기가 완비된 비디오방을 찾는다.
“비용은 영화 한 편에 일반 비디오방보다 비싼 1만원(2인당)이지만 주말이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방이 날 정도로 손님이 많아요.”
‘시네마 클럽’을 운영하는 오기택씨(34)의 말이다.
‘시네마클럽’건너편건물 3층엔 비디오방 ‘키노(KINO)’가 있다.
영상감상룸은 19개. 일반 비디오방이면 25개가 나오는 공간이지만 감상공간을 넓히기 위해 수를 줄였다. 빔프로젝터 1백인치 대형화면 등 각종 영상기기와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1억5천여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키노’사장 홍석구씨(29)는 “단골손님 중엔 혼자 찾아와 대여섯편의 영화를 연속해서 보는 ‘영화광’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