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에서 26일 학사학위를 받는 김제욱(金濟郁·23·영어과)씨는 ‘존재의 한없는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김씨는 목과 손가락 근육 외에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하나둘씩 마비되는 진행성 근육병(PMD)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지만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맞게 됐다. 강의실 계단을 올라가려면 항상 5명의 학생이 휠체어를 들어줘야 했다. 리포트를 작성하려면 장난감 자동차 위에 마비된 손목을 올려놓고 이동시켜가며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렸다.
그 모든 어려움을 김씨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이겨냈다.
김씨의 아버지는 외국어대 체코어과 김규진(金圭鎭·50)교수. 김교수는 95년부터 4년간 아들을 차에 태우고 학교에 다니며 아들의 대학생활을 돌봐주었다.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강의실까지 이동시키는 것은 기본. 아들이 배탈이라도 날 때는 만사를 젖혀놓고 차로 40분 거리인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학교 화장실에서는 변기에 앉히기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작업’을 할 엄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수강하는 과목의 강의실을 2층 이하로 옮기도록 동료교수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고 교내에 휠체어 경사로가 만들어진 것도 김교수가 학교당국을 설득한 결과였다.
“제욱이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 준 제자들과 수많은 학생들에게 더 감사하지요.”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