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전국방장관)은 경제제재조치 해제 등 대북포용책을 제시하되 북한이 핵개발 포기 같은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한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2단계 접근정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페리 조정관이 클린턴 행정부의 신중한 대북 접근정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해 이같은 2단계 접근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2단계 접근정책은 1단계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하고 정치적 문화적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강행한다면 2단계로 대북접촉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가능한 수준까지 평양을 무시해 북한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군사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자신의 대북포용정책과 일치하는 1단계 제안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2단계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리 조정관은 26일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대북 정책을 논의했다.
한편 북한을 방문중인 미국 CNN방송 이슨 조던 국제담당 사장은 북한이 페리 조정관을 초청할 의사를 표시했다고 26일 밝혔다.
조던 사장은 이날 CNN과의 전화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북한 지도부는 당사자인 북한과의 협의없이 페리 조정관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