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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인터뷰]마스터스 풀코스 참가 황영조

입력 | 1999-02-28 19:27:00


마라톤에 대한 타는 목마름. 황영조의 가슴 깊은 곳엔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숯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현역복귀 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였다. 그래서 미치도록 달리고 싶을 때는 한밤이나 새벽에 남몰래 고향해변을 달렸다. 그래도 안되면 히말라야를 오른다든가 열기구를 타고 서해바다를 횡단해본다든가 하는 등 다른 동네를 기웃거렸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라톤에 대한 사랑은 더욱 더 커졌다. 어쩔 것인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대학원공부가 끝나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 나가 풀코스를 뛰기로.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수가 아닌 마라톤을 사랑하는 영원한 ‘마라톤 맨’으로서였다. 올해 고희를 맞은 제70회 동아마라톤부터 2029년 제1백회 동아마라톤까지 참가하면서 진정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뛸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그동안 남몰래 앓은 ‘마라톤 가슴앓이’의 고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심정은….

“오히려 선수시절보다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사람들은 내가 풀코스를 한 80번쯤 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 5년선수생활동안 8번뿐이다. 그것도 마라톤 입문 1년6개월만인 4번째 완주에서 ‘올림픽우승’이라는 고지를 넘어버렸다. 현역시절엔 마라톤은 힘든 운동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하고 보니 마라톤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 것 같다. 이젠 위장병에 걸리면서까지 전투하듯 달리고 싶지는 않다. 달리기를 즐기고 싶다. 이번 동아마라톤에 마스터스참가자가 1만명이 넘는 것만 봐도 이제는 우리국민도 마라톤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분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즐겁게 달리고 싶다.”

―몸상태는 어떤가. 3년은 너무 오랜 공백 아닌가.

“마라톤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 두면 10여㎏이 느는 게 보통이지만 난 그렇지 않다. 올림픽때의 58㎏에 비해 1∼2㎏밖에 더 나가지 않는다. 현역때 두번 수술한 발바닥도 아무 문제 없다.”

―대학원 공부는 재미 있었나.

“외국엔 박사 마라토너들이 흔하다. 난 정말 그들이 부러웠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 대학원엔 한번도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다. 졸업성적도 4.0이 넘는다. 언젠간 마라톤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어 후배들을 이끌고 싶다.”

―혹시 이번에 한번 뛰어보고 괜찮으면 아예 현역에 복귀할 생각은 없는가.

“그런 기대를 하는 분들이 아직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마라톤은 그렇게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 땀을 흘려야만 그 성과가 나온다. 그런면에서 자신이 없다. 그저 마라톤을 사랑하는 수많은 보통사람들과 같이 달리고 싶을 뿐이다. 나도 올림픽우승자라는 명예가 있는데 기록과 순위를 생각했다면 이번 풀코스에 참가하겠는가. 나에게는 박사과정도 남아있다.”

―도대체 마라톤은 몇살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나.

“마라톤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장수운동이다. 외국대회 우승자중엔 30대중반인 선수가 흔하다. 한국선수들이 조기은퇴하는 것은 마라톤을 즐기면서 하지 않고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라톤 아닌 다른 쪽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비판도 있는데….

“난 아직도 2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정열이 활활 타고 있다. 마라톤을 사랑한다는 큰 방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마라톤에 너무 관심을 보이면 ‘현역복귀’니 뭐니 말들이 많을 것 같아 일부러 그렇게 한 면도 있다.”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집중력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것을 거기에 쏟아 부어야 한다. 훈련방법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공식이 없다. 본능적으로 자기 몸의 리듬에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제일 훈련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난 남이 시키는대로는 못하는 스타일이다.”

▼황영조의 3주훈련 일정

은퇴 3년만에 제70회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풀코스를 뛰기로 한 황영조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남은 시간은 3주일. 새벽 6시30분에 기상해 밤 11시 취침. 대회전까지 두번쯤 풀코스를 뛰어 볼 생각이다. 이번엔 현역선수들과 경쟁을 하지 않으므로 스피드훈련은 하지 않고 지구력훈련에 중점을 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 하루 리듬이 끊기면 2∼3일을 허송하게 된다. 연습장소는 현역시절에 즐겨 뛰었던 서울 강남 구룡산 대모산코스(15㎞)나 한강둔치 올림픽공원 등. 황영조의 훈련일정을 알아본다.

△첫째주(1∼7일)〓하프코스 위주로 연습. 이틀쯤 정신을 가다듬은 뒤 훈련강도를 높여간다. 하루 뛰는 양은 20㎞ 안팎. 규칙적인 생활을 몸에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강약조절이 중요하고 오전훈련하고 바로 낮잠을 자는 것도 필수적인 요소. 현역때 나름대로 익힌 순서에 따라 음식물을 먹는다.

△둘째주(8∼14일)〓하루 30㎞씩 뛰며 훈련강도를 최고로 높인다. 도로훈련도 두세번쯤 할 계획. 도로연습땐 실전을 가상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훈련을 한다.

△셋째주(15∼20일)〓훈련강도를 낮추고 훈련량도 하루 15㎞쯤으로 줄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깅중심으로 뛴다. 대회 직전엔 현장답사를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 훈련때는 잠을 편안하게 자는게 가장 중요하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