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이강래 공천번복파동’의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외부로 불거진 최초의 ‘여권내 권력투쟁’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다 청와대에 대한 당측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항명(抗命)’의 성격까지 내포하고 있어 그 파장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서울 구로을 공천파문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파동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된 여권 핵심인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과 심기를 읽느라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이번 파문을 계기로 여권 중진들의 ‘목소리내기’가 본격화되면서 권력암투의 인화성(引火性)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측의 거센 반발로 구로을 후보를 교체하게 된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의중(이강래 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공천)이 당의 압력으로 뒤집힌 듯한 모양새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한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당에서 알만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엉뚱하게 일을 처리했다”며 “지금이야 그냥 넘어가겠지만 공천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인사도 “도대체 당에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려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느냐”며 당 중진들을 겨냥했다.
○…이전수석의 낙마(落馬)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갖가지 소문과 의혹이 꼬리를 문다. 우선 ‘이강래 불가론’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전수석 비리설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유포했느냐는 것. 비리설의 내용은 ‘이전수석이 여당 입당파인 모의원의 수사를 봐주는 조건으로 7억원을 받았다’는 것.
당에서는 이전수석 음해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또 이 문제가 김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보고됐다면 어떤 루트를 통했는지, 왜 이전수석에게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지 등이 의문의 초점이 되고 있다.
권노갑(權魯甲)고문이 구로을 출마를 정말 원했는지의 여부도 의문. 원외지구당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권고문의 측근들은 권고문의 구로을 출마를 강력히 추진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정작 권고문 자신은 “구로을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부인해 그의 본심(本心)을 두고 설왕설래.
또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김영배(金令培)부총재 안동선(安東善)지도위의장 등 당 중진들이 이전수석의 공천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서도 갖가지 설이 나돈다.
○…이번 이전수석 파문이 여권내 신 구주류간 갈등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전수석을 신주류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전수석은 “내 고향은 동교동이다. 나를 신주류로 보지 말아달라”고 주장해왔다. 이때문에 신 구주류간 갈등요소와 향후 여권내 역학관계 변화를 겨냥한 파워게임이 복잡하게 얽혀 벌어진 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파동의 최대 수혜자는 한광옥(韓光玉)민화협의장이라는데 당내 이견이 없다. 당초 당 핵심인사들은 당내 탄탄한 기반을 갖춘 한의장보다는 세력이 없는 김원기(金元基)노사정위원장을 선호했다는 후문. 그러나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한의장 낙점으로 결론이 나자 이들의 실망감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