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흑인 노예가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주던 그 좋았던 시절에 대한 백인들의 향수가 숨어 있다. 흑인 남자 주인공이 백인 여자 주인공을 절대 ‘건드리지’ 못하도록 설정된 영화 ‘펠리칸 브리프’도 백인 우월주의를 감추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한 생의학연구소 근무 도중 백인보다 높은 직급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고통을 당했던 한국인 30대 여의사의 미국 비판이다. 이 책은 현재 내과전문의이자 서울대 외래교수인 그가 미국 체험을 토대로 쓴, 당찬 미국 비판서.
저자는 미국인의 일상과 문화에서 철저한 백인중심주의를 발견하고 그것이 세계 제패를 꿈꾸는 제국주의적 음모로 발전했다고 고발한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했다고 경찰이 총격을 가하기 일쑤고, 민원기관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만 나올뿐 얼굴 한번 보기도 어려우니 그게 어디 우리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날카로운 한마디.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친미(親美) 지식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미국의 허상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중앙M&B. 7,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