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증권업계의 관심은 단연 현대증권이 이날 발매하기 시작한 수익증권 ‘바이 코리아’펀드에 쏠렸다. 주식과 채권이 결합된 이 펀드는 설정목표 1조원의 초대형 규모. 현대증권측은 “3년내에 1백조원으로 늘려 ‘국가대표’ 펀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내보였다. 이를 발판으로 대우증권이 고수해온 증권업계 선두자리를 빼앗는다는 구상.
작년 현대의 확장기세를 놀라움 속에 지켜본 재계는 이제 현대의 ‘금융 패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업 위주로 성장한 현대는 90년대 중반 이후 뒤늦게 금융업에 뛰어들었지만 단기간에 ‘금융재벌’ 삼성을 바짝 추격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초읽기에 들어간 한국생명 인수가 마무리되면 ‘금융업 전분야 입성’을 완료하게 된다.
현대의 기업문화는 원래 금융과는 딴판. 이는 상당 부분 창업자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경영관에서 비롯됐다. 정명예회장은 평소 “금융은 째째한 장사치나 하는 것”이라고 무시했기 때문.
이런 현대의 ‘금융관(觀)’을 바꿔준 것은 YS정부였다. YS정권 시절 자금줄이 막히자 생존차원에서 금융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 96년 그룹총수에 오른 정몽구(鄭夢九)회장은 금융업을 ‘장래성 있는 분야’로 설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현대는 금융관련 회사를 잇따라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96년 현대파이낸스 설립, 97년 국민투신 인수와 현대기술투자 및 현대선물 설립이 이어졌다.
작년에는 한남투신을 인수하고 현대할부금융을 통해 신용카드업을 새로 시작했다. 지금은 현대종금과 사실상 관계사인 강원은행을 통해 조흥은행 합병을 추진하는 등 은행업 진출도 모색중.
현대의 금융관련 계열사는 현재 10개로 삼성(11개)에 근접한 상태. 이에따라 삼성의 독무대였던 금융분야에서도 양그룹은 사사건건 격돌할 전망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