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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自 정세영의장 사퇴안팎]「주총 쿠데타」4일천하

입력 | 1999-03-03 07:48:00


현대자동차 정세영(鄭世永)이사회의장과 정몽구(鄭夢九)회장간의 힘겨루기는 정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삼촌과의 힘겨루기에서 고전하는 아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측은 “정의장이 먼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왕(王)회장’이 동생인 정의장을 불러 사퇴를 종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명예회장은 2일 오전 정의장을 불러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장사퇴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26일의 주총. 이날 주총에서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4명의 이사진 가운데 정몽구회장을 뺀 나머지 3명을 모두 정의장쪽 인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주총을 통해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던 정몽구회장측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으며 정회장과 정의장측의 분란설이 급속히 표면화됐다. 그러나 사실 양측의 갈등은 작년 12월4일 정몽구회장이 자동차부문 회장에 전격 선임된 이후부터 계속됐다.그룹과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해오면서 형성된 ‘정세영인맥’은 두꺼운 장벽을 형성했다. 양측의 세력다툼 양상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런 잡음이 결국 주총을 통해 표면화됐고 정명예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재계는 해석한다. 현대차에서 정의장의 ‘색깔’을 지우지 않고서는 정몽구회장체제의 연착륙이 쉽지 않다고 결론내리고 동생을 ‘자르기로’ 결심했다는 것.

정의장과 함께 그의 측근인 이방주(李邦柱)사장도 이날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하면서 3인 사장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 역시 정의장 측근인 김판곤(金判坤)부사장은 기아 계열사인 한국에이비시스템사장으로 전보되는 등 정의장측 인물은 이번에 경영실권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몽구회장의 최측근인 이계안(李啓安)사장은 기획조정실 홍보실 지원본부 등을 맡아 사실상 실무선에서 ‘전권’을 잡게 됐다.

정의장의 거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명예회장이 사퇴의 반대급부로 정의장이 갖고 있는 현대차의 지분(7%)에다 ‘섭섭지 않은’ 대우를 보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명재·금동근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