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비서실을 일부 개편했다. 이번 부분 개편은 현정부 출범 이후 세번째다. 집권 2년째인 김대통령이 특히 국정 홍보와 복지정책 강화를 위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 비서실이 이번 개편을 통해 비서실 본래의 모습을 찾는 일이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직전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에게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통령과 부처간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 연락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사(國事)는 국무회의에서 다루겠다는 의미였다. 이에따라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과 조직도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청와대 비서실은 김대통령의 당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대통령의 참모 보좌역할을 해야 할 비서실이 권력의 핵심부서로 국정의 전면에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비서실이 과거 권위주의시대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같은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어느 재벌의 어떤 기업이 다른 어떤 기업과 어떻게 빅딜을 할 것이라는 등의 강봉균(康奉均)경제수석이 한 말 한마디는 경제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지방 언론사를 방문해 이른바 언론개혁문제를 거론했던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도 그것이 과연 자신의 업무영역이었던지를 냉철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비서실의 기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은 더욱 신중한 처신을 해야 한다. 마치 무슨 권력기관처럼 행동해서는 행정부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비서관들이 비서의 한계를 넘는 행동을 한다면 행정부처들은 그들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온 얘기에 거꾸로 정책을 끼워 맞추어야 하는 정책 입안부서의 곤혹스러운 모습도 그래서 자주 눈에 띄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상 비서진의 얘기가 곧 대통령의 얘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청와대 비서진들의 한계를 넘는 발언과 행동 때문에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는 예도 여럿 있었다.
비서실은 비서실일 뿐이라는 정권초기의 다짐이 지켜지길 바란다. 아무리 공동정권이라해도 대통령과 내각은 불가분 관계다. 청와대 비서실은 행정부와 대통령을 연결하는 데서 그 본분을 찾아야 한다. 김대통령 또한 지금보다는 가급적 각 부처 장관 중심의 국정운영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