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의료보호환자에게 차등수가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행 1일 입원진료비를 3개월 단위로 구분해 기간 초과시 10%씩 하향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치매 자폐증 정신박약 등 노인 및 소아질환은 3개월내 치료되기 힘들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정신병원들은 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저질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차등수가제는 결과적으로 장기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조기 퇴원을 강요하는 정책이다.
의료보호대상 정신질환자를 3개월 내 퇴원시키면 정신과 환자의 절반이 병원 밖으로 쫓겨나야 한다. 정신질환자는 80% 이상이 만성질환자로 3개월내 완치가 불가능하다. 이들을 무차별 퇴원시킨다면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호환자에게 차등수가제를 적용해 정신질환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은 인도적 측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치료기간에 관계없이 의료보호환자에게 충분한 치료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선진국과 같이 지역사회에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정신보건 및 재활센터 등이 완비됐다면 ‘탈(脫)병원’ 시도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초시설이 전무한 한국에서 단순히 재정부담을 이유로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회혼란을 부르는 무모한 발상이다.
전국에는 현재 60여곳의 정신병원에 2만5천여명의 의료보호환자(행려환자 포함)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월 진료비는 68만4천원으로 의료보험환자의 1백20만∼2백만원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 그친다. 현실이 이런데도 복지국가로 가야 할 2000년대 문턱에서 정부가 의료보호대상 정신질환자들에게 차등수가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반(反)복지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가난한 정신질환자를 거리로 내모는 차등수가제는 반인도적이고 불합리한 정책이다. 복지부는 이 제도 시행을 당장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성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