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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청춘」,日후비TV 「러브…」표절

입력 | 1999-03-03 19:42:00


일본TV프로 베끼기는 한국방송의 ‘불치병’인가. MBC가 공교롭게도 3·1절부터 방영을 시작한 월화드라마 ‘청춘’(MBC프로덕션 제작)이 일본 상업방송 후지TV의 인기드라마를 상당부분 표절, 물의를 빚고 있다.

표절대상은 97년 10월부터 3개월간 방영된 12부작 ‘러브 제너레이션’. 일본 인기그룹 ‘SMAP’의 슈퍼스타 기무라 타쿠야와 탤런트 마쯔 다까코 등이 출연,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트렌디드라마다.

‘청춘’의 첫주 분에서 노출된 표절의혹은 인물과 상황설정 등 ‘뿌리’에서부터 발견된다.

주인공 현우(장동건 분)가 만취한 여주인공 원영(김현주)을 자기집에서 재우는 첫장면을 비롯, △현우가 새로 취직한 컴퓨터 조립회사에 원영이 동료로 근무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출근 첫날 귀고리를 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꾸중을 들으며 △회의중 원영이 현우를 자극해 버럭 소리를 지르게하는 장면 등이 ‘판박이’처럼 흡사하다. 일본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함께 잔 곳이 호텔인 점과 남자주인공이 꽁지머리 탓에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세부적인 설정만 살짝 바꿨다.

작가 육정원이 미리 제출한 시놉시스 상의 줄거리도 ‘러브…’를 빼다 박았다. 현우가 채희(황수정)와의 관계에서 학교선배이자 내과의사인 상민(황인성)과 갈등을 겪는 점이나 나중에 원영이 현우와 채희의 밀회를 목격하고 고향으로 낙향하는 점 등이 동일하다. 일본 드라마와 오락프로의 표절시비는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이번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청춘’은 방영이전부터 이례적으로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사전구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는데다 홍콩의 한 방송사와는 판권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자칫 “한국은 표절국가”라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러브…’가 아시아권에서 널리 알려진 드라마이므로 화살을 피해갈 도리가 없다. 일본문화 평론가 김지룡씨는 “우리나라 TV가 일본방송을 모방한다는 의혹을 오래전부터 받아온터라 이번 경우는 법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TV프로그램 등 일본대중문화의 본격 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송개혁위원회로부터 ‘공영방송으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은 MBC로서는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김지일 MBC드라마국장은 “PC통신의 항의가 본격화된 2일부터 전말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으나 기획을 맡은 배상석 MBC외주제작부장은 “도입부만 비슷할 뿐 다음주부터는 색다른 포맷으로 전개된다”고 해명했다. 작가 육정원과 최윤석PD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 육정원은 영화‘닥터봉’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최PD는 MBC드라마 ‘종합병원’을 연출한 바 있다.

한편 방송개혁위가 2002년까지 TV 외주제작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청춘’의 표절시비가 터져나와 방송가에서는 ‘외주 인프라 미비론’이 거론되는 등 파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