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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SBS 드라마「은실이」키를 키울까 말까?

입력 | 1999-03-03 19:42:00


“시청률이란 게 여자와 꼭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좀 ‘꼬시려고’ 쫓아가면 더 도망가지만 진득하게 애정을 쏟으면 되돌아오기 마련이죠.”

여성문제에 관심있는 이들이 들으면 분개할 지도 모른다. SBS 드라마 ‘은실이’(월화 밤9·55)를 연출하는 성준기PD의 ‘시청률론’.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나름대로 ‘건전한’ 프로제작 정신이 담긴 지론이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주인공 은실이(전혜진 분)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의 매력을 앞세워 시청률 30%가 넘는 호응을 얻고 있다. 훈훈한 인간미와 짠한 감동이 실려 있어 “공영방송 드라마 못지않다”는 평도 듣고 있다.

▼인기비결

눈물과 웃음이 ‘은실이’의 기본공식. 어머니(김원희)에게 버림받고 배다른 언니와 가정부에게까지 구박받는 은실의 모습은 영락없는 ‘콩쥐’다. 또 20, 30대 젊은 주인공 몇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조역들을 모두 살리는 ‘캐릭터 드라마’ 형식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60년대의 촌스러운 분위기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빨간 양말은 극장청년1

지금은 정팔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빨간 양말’성동일은 방영초기 ‘극장 청년1’에 불과했다. 고정출연임에도 배역 이름조차 없는 단역. 그런데 열심히 극중인물을 연구한 성동일이 빨간색 양말과 여성용 속옷을 입고 등장, ‘빨간 양말’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순식간에 눈길을 끌었다.

SBS 공채탤런트 1기 출신으로 단역을 주로 맡아온 그에게 연속극 고정배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인 은실이는 나올 수 있나

당초 기획에 따르면 2월말 19세정도의 성인 은실이가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역 은실이를 중심으로 한 현재 드라마 반응이 예상을 뛰어 넘자 제작진은 은실이의 성장을 중지시켰다. 70년대 초반으로 배경을 옮기자면 직접제작비만 2억원에 이르는 오픈세트를 지어야 하는데다 은실이 역을 맡을 성인 연기자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성PD의 말. “은실이를 키울까 말까가 제작진의 최대 고민입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