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김은중(20·대전 시티즌).
날카롭다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치지만 평소 과묵하고 덤덤한 성격의 그가 최근 한가지 일에 푹 빠졌다.
영어회화 공부.
지난달 호주 전지훈련 동안 영어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그는 요즘 영어회화책을 끼고 다닌다.
“지난해 한 에이전트를 통해 네덜란드에 진출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유럽 프로무대에 진출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도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은중은 지난달 호주 전지훈련에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 공인을 받았다.
호주청소년대표팀을 비롯한 현지 프로팀과의 6차례 연습경기에서 연속 골행진을 벌이며 총 8골을 터뜨린 것.
조영증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호주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김은중이 골감각을 되찾고 절정의 기량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
지난해 제31회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김은중은 이어 국가대표로 발탁돼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지만 간간이 교체 멤버로 기용되는 가운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청소년대표로 좌천(?)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은중은 “건방진 말인지 모르지만 올림픽대표팀에서는 교체 멤버로 출전하다보니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내달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주전으로 맘껏 실력발휘를 하겠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캠프를 정하고 합숙훈련에 들어간 청소년축구대표팀.
김은중은 방이 정해지자마자 가방에서 축구화와 함께 영어회화 책을 꺼내 들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