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킬’‘배트맨 포에버’ 등 흥행작을 만든 조엘 슈마허가 감독을 맡고, ‘세븐’의 작가 케빈 워커가 시나리오를 쓰고, 인기 절정의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다.
연출 극본 연기의 3박자가 고루 탄탄하게 갖춰졌건만 ‘8㎜’는 실패한 영화다. 긴장감이 부족해 지리한데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다소 맥이 빠진다.
평범한 가장이자 별 볼 일 없는 사설 탐정인 탐 웰즈(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어느날 8㎜ 스너프 필름(Snuff Film·강간 살인 장면을 그대로 찍은 영화)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사건 의뢰를 받는다. 스너프 필름에 담긴 소녀의 살해과정을 추적하면서 그는 하드코어 포르노 비밀 제작과정을 추적해간다.
이 영화에는 쾌락의 추구가 극에 달해 스너프 필름까지 만들어내는 제작자와 향유자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깔려 있다. 영화속에서 직접어법으로 분출되는 혐오는 필름 느와르(Film Noir·범죄영화)의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한 이 영화를 끝에 가서는 악을 징벌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웅담으로 바꾸어 버린다. 도덕적 메시지야 나쁘지 않지만 딸을 둔 아버지라는 점 외에 주인공 탐 웰즈가 왜 심경 변화를 일으켰는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6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