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朴珉秀·27)씨는 4일 ‘신데렐라’가 됐다.
작년 1월 삼성물산에 입사한 박씨는 불과 1년여만인 이날 평사원에서 중간단계인 주임도 거치지 않고 일약 대리로 승진했다. 삼성측은 “그룹 사상 최단기간 대리 승진기록”이라고 했다. 박씨는 삼성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발탁인사제도의 수혜자.
축하 세례를 받은 박씨는 ‘박대리’라는 호칭이 아직 실감나지 않은 듯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통통한 얼굴에 온순한 인상. 그러나 일에는 매서운 집념을 발휘해 작년에 5천1백만달러짜리 위성기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박씨가 입사후 배치된 위성기기팀은 작년 영국 비스카이비 방송국의 디지털 방송기기 입찰에 응했다가 떨어져 낙담한 상태였다. 이 분야에서는 아직 ‘삼성’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었다.
이때 나온 게 ‘우회공략’ 아이디어.
“입찰 계약을 따낸 암스트라다에 우리 제품을 납품해보자는 거였죠.”
암스트라다사와 방송국으로부터 삼성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역할이 박씨에게 주어졌다.박씨는 각국을 돌아다니며 까다로운 위성기기 품질 승인을 노크했다. 석달 동안 여섯번이나 외국으로 출장을 했다. 홍콩에서 중고교를 나온 덕에 뛰어난 영어 실력이 믿음직한 무기였다.복잡한 위성기기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을 읽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은 ‘세일즈하는 엔지니어’가 됐어요.”
마침내 암스트라다사와 비스카이비 방송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삼성은 “향후 디지털방송기기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