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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訪美의원단의 씀씀이

입력 | 1999-03-04 19:37:00


2월초 미국을 방문한 의원단이 4박5일 활동에 모두 6천4백50만원의 외교통상부 예산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회의 박정수(朴定洙) 유재건(柳在乾) 양성철(梁性喆), 자민련 김현욱(金顯煜), 한나라당 한승수(韓昇洙)의원은 국회직원 1명과 함께 방미활동을 벌였다. 6명이니까 1천만원 이상씩 돌아갔다는 계산이지만 의원들이 훨씬 더 썼을 것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1인당 6백만원이면 5일간 경비로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물론 활동내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그러나 통상경험보다 두배가 넘었다면 씀씀이가 지나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출내용은 크게 나누어 항공료 1천5백만원, 호텔에 들어간 숙식비가 2천91만원, 활동비 2천8백29만원 등으로 돼 있다. 항공료와 숙박비 외에 의원 1명이 매일 1백50만원 안팎의 활동비를 쓴 셈이다.

이 의원들은 방미후 미국의 대북정책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다듬고 있는 페리 전미국국방장관 팀이 북한포용의 한계선과 비상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사실도 이 보고서를 통해 전해졌다. 우리는 이번 방미의원단이 나름대로 의원외교 활동을 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해도 상식에 맞지않을 정도로 돈을 많이 쓴 것까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외화절약은 개인이든 공직자든 국민된 도리다. 하물며 정부예산으로 해외에 출장간 의원이라면 더더욱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후원금 등 정치자금으로 여비를 마련해 갔다고 해도 국제통화기금(IMF)관리가 계속되는 상황에 활동비를 쪼개 써야 할 판이다. 국민대표인 의원이 국민혈세를 과거와 별다른 의식 없이 썼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원외교에 꼭 외교부가 정부예산을 할당했어야 했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외교부가 의원들의 예산사용 내용을 철저히 점검했는지 여부다. 홍순영(洪淳瑛)외교부장관은 국회 통일외교위에서 대통령 방미의 후속작업으로 의원활동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서 예산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면 이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방미의원단의 예산사용 내용을 소상히 밝혀 그에 따른 책임을 따져야 한다. 지금까지 의원이나 외교관, 고위공무원의 해외활동 경비에 거품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IMF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 마당에 공직자들이 먼저 이런 거품을 거둬내는 노력을 하는게 마땅하다. 저비용 정치, 절약하는 공직 풍토가 먼저 서야 한다. 국민혈세 사용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