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시나리오 속의 인물과 관객을 더 철저히 읽어야 했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넘어갔어요. 역시 관객의 눈은 무섭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제작자로서 안일했어요.”
‘연풍연가’의 제작자 장윤현감독(32)의 고백이다.
지난달 개봉한 ‘연풍연가’에서 ‘영화계 추측 서울관객 7만명’이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제작사 주장은 13만. 10만이면 히트, 20만은 돼야 잘했다는게 충무로 기준이다. 97년 ‘접속’을 연출, 서울관객 68만명으로 그해 한국영화 흥행1위를 기록한 그로서는 참담할만도 하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두 남녀(장동건 고소영 분)가 사랑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 치면 평년작 수준급이란 평도 들었지만 “충무로 멜로수준이 다시 관객에 뒤지기 시작했다”는 혹평에도 시달려야 했다.
장감독은 지난해 영화사 쿠앤씨를 차려 ‘접속’의 조감독이었던 박대영을 감독으로 데뷔시켜 마음먹고 선보인 첫 작품이 ‘연풍연가’였다.
2년전만 해도 ‘한국멜로영화에서 새로운 감수성의 시대를 열었다’는 칭찬을 들었던 장감독이 왜 우리영화 수준을 퇴보시켰다는 혹평의 주인공이 됐을까. 장감독은 ‘쉬리’와 같은 날 개봉하지 않았다면 관객이 좀더 많았을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영화의 완성도에 맞춰 흥행성적이 나왔다”고 자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지에서는 밑지지 않았다. 제작비를 시네마서비스가 댔기 때문이다. “큰 손해 안보고 많은 것을 배웠으니 개인적으로는 성공인 셈”이라고 장감독은 계면쩍어 했다.
그는 한석규가 출연키로해 화제를 모은 스릴러 ‘텔 미 썸싱’을 제작겸 연출한다. “이제는 독한 제작자 겸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벼른다.
한양대 전기공학과 시절 영화서클에 빠져 학교를 중퇴한 그는 독립영화그룹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를 연출했으며 헝가리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