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럴수가.』
기막히게 맛있는 자장면을 먹던 김승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면서 입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놀랍게도 사람의 손가락. 말도 못하고 소리만 지르던 김승우는 자장면 그릇에 얼굴을 박고 기절한다.
경기 남양주군 조안면 한국영화종합촬영소에서 벌어진 ‘신장개업’의 제작현장. 인육을 쓴다고 소문난 중국음식점 아방궁에서 시식 장면을 촬영하느라 자장면을 8그릇이나 비운 김승우는 “식은 자장면처럼 먹기 힘든 것이 있을까”하고 한숨.
다채로운 시각적 미각적 즐거움을 주는 음식영화. 음식은 또한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표현한다. 요리를 통해 대만 현대사의 일상과 가족의 사랑을 담아낸 ‘음식남녀(飮食男女)’, 음식과 섹스의 교감을 그린 ‘나인하프 위크’, 종교적 분위가 풍기는 음식영화 ‘바베트의 만찬’….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본격 음식영화가 한창 촬영 중이다. 소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별식인 자장면. 4월과 5월에 각각 개봉하는 한국영화 ‘북경반점’과 ‘신장개업’이 최고의 자장면 맛을 놓고 격돌한다.
‘신장개업’은 자장면 맛을 높인다고 소문이 난 ‘사람 고기’를 쓰기 위해 인간사냥을 나서는 소동을 벌이는 컬트 코미디이고, ‘북경반점’은 전통 자장면 맛을 고집하는 가족의 눈물겨운 삶을 그린 드라마.
두 영화 모두 실감나는 세트 재현과 자장면 요리 장면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장개업’의 남양주군 세트는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1천여평 부지에 제작비 3억5천만원을 투입, 32개동의 건물을 지어 지방 소도시 분위기를 재현했다.
수없이 많은 중국요리가 등장하는 ‘북경반점’에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요리 감독’까지 모셨다. 화교인중화요리협회회장 양명안씨(66)와 쉐라톤 워커힐 중식당 ‘금릉’의 주방장 모중안씨(36). 요리감독은 고생하는 제작진을 위해 특별메뉴로 용봉탕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요즘 CF 드라마 대중가요 등의 주요 소재로 떠오른 자장면. 왜 하필 자장면인가. 대중문화평론가 홍성태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장면은 졸업식이나 운동회 때 가슴두근거리며 먹던 향수가 담겨 있다”며 “자장면에 대한 광범위한 문화적 공유의식과 경제난으로 인한 회고주의, 새로운 소재를 찾는 한국영화의 제작경향에 따라 자장면이 대중문화의 소재로 각광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