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문학자가 10년에 걸친 집념으로 ‘나라’도 못해낸 고려사(高麗史)와 삼국사기(三國史記)등 국학 기초자료의 전산화작업을 완성했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허성도(許成道)교수. 그는 89년 시작한 국학연구자료 전산화작업을 10년만인 2월말 마무리했다. 이번 작업으로 고려사와 삼국사기가 최초로 전산입력됐으며 이로써 조선초기 왕조실록, 중국의 고전 등 총 8백73만자의 방대한 한자자료의 검색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전산화가 이뤄진 고려사 1백37권(1백77만7백여자)은 연구자가 매일 4시간씩 읽어도 만 3년이 걸리는 분량. 자료입력에만 6개월이 걸렸으며 허교수와 서울대 중문과 졸업생 5명이 달라붙어 읽기 쉽도록 문장을 나눠 표점(標點)을 표시하고 교정 및 수정작업을 하는 데만 3년이 소요됐다.
이 자료들은 국학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학 동양학 연구자료집성’ (http://www.clepsi.co.kr/eduline/hsy)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1일부터 무료로 공개됐다.
이 사이트에는 역시 처음으로 전산화된 삼국유사와 허교수가 92년 입력을 완료해 공개했던 삼국사기를 비롯해 △조선초기 6대 왕조실록 △시경 서경 주역 예기 논어 맹자 등 중국의 13경서 △국어 전국책 사기 등 중국역사서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서 등이 수록됐다.
허교수는 “이번에 입력된 자료들을 활용하면 그동안 방대한 분량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던 자연과학사 복식사 체육사 등 다양한 분야의 ‘통시적(通時的)’국학연구가 크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교수는 그간 5백44명의 후원자로부터 1억3천4백여만원을 지원받아 연구비로 충당했으며 1백여명의 대학원생과 학부졸업생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