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청춘’이 10회로 끝난다. MBC는 4일 관련대책회의를 열고 일본 후지TV의 97년 메가히트작 ‘러브 제너레이션’을 표절, 파문을 일으킨 ‘청춘’을 중도하차키로 했다. 표절시비로 프로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4일 “표절시비 이후 열린 대책회의에서 ‘조기수습’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됐다”며 “이달부터 본격적인 공영성 강화를 추진 중인데다 8일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주총이 맞물려 있어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표절시비 이후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었던 연출자 MBC프로덕션 최윤석PD는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내의 친구에게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시놉시스를 엮었는데 방영 한달전 ‘러브…’를 보았더니 유사한 점이 많아 당황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극중 원영(김현주 분)을 발랄한 캐릭터로 설정하면서 ‘러브…’의 여주인공 마쓰 다카코의 이미지를 참고했고 도입부의 상황설정 등도 일부 차용했다”고 고백했다. 중견인 최PD는 또 “드라마의 방향수정은 물론 이 상황에서 드라마를 끌고나가는 것이 사실 버겁다”고 말했다.
한편 MBC 여의도본사 건물내에 있는 후지TV 서울지국은 아직 일본 본사에 ‘청춘’의 표절시비를 보고하지 않았다. 후지TV는 MBC와 20여년간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지난해말 SBS가 일본 TBS의 프로를 모방한 ‘특명! 아빠의 도전’을 방송하자 TBS는 SBS에 정식으로 판권구입요청을 했다가 SBS가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적이 있었다.
방송위원회는 아직 ‘청춘’의 표절여부 심의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TV프로의 표절여부를 재단할 법적근거가 없는데다 저작권을 문제삼더라도 피해자(후지TV)가 직접 고소고발해야 법적효력이 발생하기 때문.
방송위는 “방송위가 ‘청춘’을 표절프로로 ‘단정’짓는다면 한일 방송국간의 저작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한다. 일본 방송사가 이를 근거로 한국방송사에 저작권 요구를 할 수 있는 ‘유권해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이는 그동안 무수히 일본프로를 모방해온 대다수의 국내 방송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방송전문가들은 이번 표절파문을 국제 TV프로그램견본시장에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우리 방송의 경쟁력 수준을 보여준 사건으로 진단한다. 이번 기회에 무분별한 표절 근절을 위한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