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이세기(李世基) 서청원(徐淸源) 강삼재(姜三載) 정창화(鄭昌和) 현경대(玄敬大)의원 등 상당수의 비주류 중진들은 5일 당무회의에 마치 약속이나 한듯 불참했다. 사전약속이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회창(李會昌)총재체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불만이 깔려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
계파 실세 중 유일하게 총재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마저 최근 들어 이총재와의 불편한 관계를 노골적으로 표시한다. 김부총재는 2일 이총재의 기자회견장에 ‘고의로’ 불참한데 이어 4일 총재단회의와 5일 당무회의에 지역구 행사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총재와 ‘개혁연대’를 외치던 김부총재의 이같은 자세 변화는 이총재의 정국운영스타일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의 설명. 김부총재는 정국현안인 총재회담과 관련, 이총재가 국가정보원(구 안기부)의 정치사찰, 야당파괴, 날치기 법안처리 등 정국경색의 근본원인은 제쳐두고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를 전면으로 부상시켜 정치적 명분을 상실하고 있는 점에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이총재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사전논의를 하지 않았던 게 김부총재를 결정적으로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
이처럼 이총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당안팎에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있지만 비주류인사들의 응집력이나 강도는 되레 약화되고 있어 별다른 인화력(引火力)은 발휘되기 힘든 분위기다.
이한동(李漢東)고문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서청원전사무총장 등은 가까운 의원들과 모여 이총재의 당운영방식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외생변수가 없는 한 이총재체제의 변화가 어렵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여야총재회담이 열리더라도 해빙이 쉽지 않고 최소한 재 보선이 치러지는 이달말까지는 여전히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가 집단지도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비주류와 힘을 합쳐 이총재를 흔들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발언이지만 현재로서는 힘이 실린 주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