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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마개」식 이권 독점 안된다

입력 | 1999-03-05 19:51:00


술병 음료수병의 금속마개에 걸린 이권을 앞으로는 국세청 퇴직 공무원 위주의 특정회사에서만 차지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지난 한해 시장규모만 1천억원에 이른다는 이 거대한 이권을 지난 72년 이래 세무서를 다니다 그만 둔 사람들의 모임인 세우회가 대주주로서 움직이는 두 회사만이 누려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독점체제는 경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어떤 업체가 소송을 통해 다투고 나섰다. 이 업체는 지난해 2월 국세청에 ‘납세 병마개’공급업자로 지정해 달라고 했지만 이제껏 회신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4일 행정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판결의 취지는 두갈래다. 하나는 법령에 병마개 제조업체에 대한 지정절차나 신청방법이 없다고 해서 원고에게 ‘신청할 권리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원고의 신청에 대해 국세청이 장기간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이었다. 판결문만 읽어보아도 국세청이 얼마나 어거지 고자세로 ‘내 식구 감싸기’에 나섰는지 짐작할 만하다.

국세청 말고도 다른부처 퇴직 공무원들의 제2의 ‘철밥통’끌어안기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다. 불과 넉달전인 지난해 11월초 국회 국정감사과정에서 한 여당의원이 문제 삼은 내용이다. 조달청 퇴직자 모임인 조우회는 비축물자 관리업, 보세항공화물 관리사업, 농축수산물 보관관리사업을 하게 돼있어 현직과 손잡고 독점적 특혜를 누리는게 아니냐고 추궁했던 것이다.

환경부 퇴직자 모임인 환경동우회는 이화학(理化學)기구 납품사업을, 문화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공보부 퇴직자모임인 문공회는 고궁의 매점과 휴게소 박물관 및 올림픽 파크텔 기념품점과 사진관을 독점운영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해양수산부 출신들의 해항회는 부산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주차장업, 옛수산청출신 중심의 수우회는 인천 부산항의 자판기와 식당을 독점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총무처 출신들의 총우회는 서울 정부세종로청사의 자동판매기 20개와 과천청사의 자판기 33개 등 53개를 ‘싹쓸이’운영하고 있어 장애인몫조차 무시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개혁은 비정상적인 기득권 타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열린’ 시장,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시대적 명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직출신만이 땅짚고 헤엄치는 식의 기득권이나 ‘단물’을 누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제 논에 물대기’식의 이상한 기득권을 혁파,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경쟁의 틀을 모든 분야에서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