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앤드 크라이(Kiss And Cry)’.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반 연기를 마치고 전광판에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부스를 일컫는 애칭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스승과 제자는 피나는 훈련의 결과를 평가받는 이 부스에서 웃고 울며 일체감을 확인하기 때문.
재미교포 ‘은반 스타’ 남나리(13)도 그랬다. 지난달 13일 그가 전미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타일종목에서 멋진 연기를 펼친 뒤 이 부스에 들어섰을때 스승인 존 닉스는 환하게 웃으며 어린 제자를 맞았고 남나리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예감하며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나리는 종합2위라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2년 남자 싱글 미국챔피언 크리스토프 보우만을 비롯해 세차례 페어스케이팅 미국챔피언을 지낸 타드―제니조를 지도한 70세의 명코치 존 닉스.
남나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바로 그였다고 나리양의 아버지 남외우씨(40)는 전했다.
나리양이 닉스코치를 처음 만난 것은 아홉살때. 우연히 나리양의 연기를 보고 가능성을 확신한 닉스코치는 자신이 맡아 가르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미국 올림픽팀 코치로 시니어 선수를 주로 가르치던 닉스 코치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리양의 부모는 어려운 집안형편때문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사정을 안 닉스코치는 레슨비를 깎아줬고 각종 대회때 마다 대회관계자에게 편지를 써 나리양 부모의 항공편을 제공케 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자신의 피겨 인생 피날레를 남나리의 2002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하겠다는 것이 그의 남은 소망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