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달력보다 앞서가고 있다. 3월 들어 평년보다 10도 이상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칩(驚蟄)을 하루앞둔 5일에도 울산 19.4도를 비롯해 부산 18.7도, 마산 18.8도, 서울 11.7도 등으로 평년보다 4∼10도가량 높았다. 4일 서울의 낮기온은 기상청 관측이래 3월 초순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18.8도까지 올라갔다.
기상청은 “7일 남부지방에 비가 내린뒤 10일까지 일시적인 꽃샘추위가 닥치겠지만 그 뒤에는 평년기온을 4∼8도나 웃도는 고온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고온현상은 중국 화난(華南)지방의 기온이 오르면서 북쪽 한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는 반면 따뜻한 남서기류가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기상청은 이같은 이상고온현상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한반도의 겨울날씨는 평년의 기온을 훨씬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여왔다.
98년 12월1일부터 99년 2월28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10대 도시의 기온은 평년보다 0.2∼3도 높았다. 또 97년 12월1일부터 98년 2월28일까지의 기온도 평년보다 1∼3도 높은 난동(暖冬)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지구의 온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이상고온 현상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생태계 혼란은 물론 사람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쳐 환경 및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겨울인 1월에는 세균성 이질환자가 전국에서 67명이나 발생했고 5,6월에 많이 나타나는 말라리아도 올들어 벌써 9명이나 발병한 것으로 보고됐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