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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거론 의미]정치개혁 추진위한 다목적카드

입력 | 1999-03-07 20:34:00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의 7일 중대선거구제 도입검토발언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소선거구제가 지론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고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사전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김수석의 이번 발언이 여권내 조율을 거친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김수석이 지난 며칠간 중대선거구제의 도입 필요성을 직간접으로 강조했다는 점은 조율여부와 관계없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진의는 김수석발언의 전후맥락을 짚어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김수석은 정치개혁입법의 조속한 마무리를 강조하면서 그 내용의 하나로 선거구제 변경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특히 야당 일각에서도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는 점을 적시하면서 “의원정수 축소 등에 따른 반발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선택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치개혁추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방안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통령의 ‘숙원사업’이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벽에 부닥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다면 정당명부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동시에 도입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당명부제에 반대하는 분들도 여야의 전국정당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 토론하겠다”고 말한 대목과 맥락이 통한다고 볼 수 있다.이에 대한 여야의 공식반응은 흔쾌하지 않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들은 당론불변임을 강조했고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내각제문제부터 매듭지으라”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도 “제도적으로는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원들, 특히 중진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협상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