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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도굴 정금용씨 자수…『墓에 보석있는 줄 알았다』

입력 | 1999-03-08 18:58:00


롯데 신격호(辛格浩)회장 부친 유해 도굴사건의 주범인 정금용(鄭金溶·38)씨가 8일 경찰에 자수함으로써 이 사건은 발생 나흘만에 일단락됐다. 정씨는 “원래는 신회장 부친 묘소에 거액의 보석이 함께 매장돼 있을 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모의★

채소도매상을 하던 정씨는 밭떼기 매매를 하다 4천만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되자 이미 8천만원가량 빚을 지고있던 후배 임종순(任鍾淳·34)씨를 끌어들여 롯데 신회장 부친묘소를 도굴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1일 정씨 동생의 승용차를 빌려 울산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충골산을 사전답사했다. 당일 대전으로 돌아온 두사람은 3일 오전 대전 대덕구 오정동의 한 공구상에서 곡괭이 등 도굴장비를 구입했다.

★실행★

3일 오후 2시경 이 사건의 제보자 양모씨의 흰색 프린스승용차를 빌려탄 두사람은 대전을 출발해 이날 오후 5시경 언양 톨케이트 근처 아파트에 도착했다. 두사람은 인근식당에서 저녁식사후 오후8시경 묘지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도굴했다. 무덤을 파도 보석이 나오지 않자 당황한 임씨는 “그냥 도망가자”고 했으나 정씨는 임씨를 설득해 유해의 일부를 훔쳤다.

★협박★

정씨는 4일 오전 8시35분경과 오후 4시경 대전 대덕구 오정동 자신의 집 근처 공중전화부스에서 롯데그룹 비서실로 협박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겁에 질린 임씨에게 이를 숨기고 5일 오전 11시경 다시 전화를 걸어 유해교환조건으로 현금 8억원을 요구했다. 이때 경찰이 현장을 덮쳤으나 정씨는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도피★

5일 오후 자신들의 범죄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경찰의 추적망이 좁혀오자 불안해진 두사람은 6일밤 양씨와 술을 마시며 이를 털어놓았다. 양씨는 자수를 권유했으나 두사람이 결심하지 못하자 7일 새벽 경찰에 제보했고 이중 임씨는 이날 오전 8시반경 양씨의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자수★

7일 하루동안 경찰의 추적을 피해 대전시내를 돌아다니던 정씨는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끼고 8일 정오경 충남도경으로 전화를 걸어 자수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40분경 정씨를 대전 중구 중촌동 A해물탕집으로 불러 검거한 뒤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18세부터 소년원 신세를 진 정씨는 실형만 7년 이상을 산 대전지역의 소매치기 전문범. 94년 1월 마지막으로 출소한 뒤 오정동에서 흙다방을 운영하다 96년 임씨에게 이를 넘겼다. 지난해 9월부터는 대전 대덕구 대화동 산업용재공구센터에 ‘한밭유통’이라는 농산물 유통사무실을 차렸으나 실제는 사채업 사무실로 운영해왔다.

〈대전〓이기진·권재현기자〉doyos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