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건축물이라도 정부의 양성화 조치로 합법적으로 인정된 주택이 들어선 땅에 대해서는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을 물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지와 주택의 주인이 각각 다른 경우 해당주택을 주택이 아닌 건축물로 해석함으로써 부담금을 면제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첫 판결로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박재윤·朴在允부장판사)는 8일 교보생명이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3건의 택지초과소유부담금 부과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구청은 9억2천여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서민들의 주택생활 안정을 위해 적법한 건축물이 될 수 없는 주택에 대해 양성화한 만큼 그 책임도 국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택과 대지의 주인이 다른 경우 대지의 주인은 주택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만일 대지 주인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려면 주택과 대지 주인 사이에 임대차계약 등이 성립된 뒤에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종로구청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134 일대 토지에 대해 95년 6월부터 96년 1월까지의 기간에 대해 택지초과소유부담금 13억8천여만원을 부과하는 등 세차례에 걸쳐 부담금을 물리자 소송을 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