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우리만큼 발효식품을 발전시킨 민족도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의 식탁은 수입 간장 고추장에 의해 점령되고 다음 세대의 식생활은 피자 햄버거 등에 주도권을 내줘야 할 상황이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식품의 수입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식품업계의 책임도 크고 주부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최근 국제적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치와 장류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최근 자주 열려 김치의 항암효과와 청국장 된장의 성인병 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한국의 김치 된장 간장 등이 품질과 명성을 인정받으면서 수출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김치 간장 청국장 된장 젓갈 식혜 등 음식을 삭혀 먹는데 천부적 소질을 발휘했다. 쌀이 주식인 한민족에게 이들 식품은 단백질 비타민은 물론 각종 효소의 주공급원이었다.
발효식품의 발전을 위해 먼저 위생적이면서 안전한 고품질의 발효식품 생산 및 유통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 전통식품의 개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전통식품의 세계화에 대한 연구와 발효식품의 식품학적 가치를 홍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일본에서는 전통식품에 대한 국제학술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매년 7월10일을 ‘청국장의 날’로 정해 일본식 청국장인 ‘낫도(納豆)’먹기 캠페인을 벌인다.
발효식품 관련산업은 재료와 기술이 좋아야 고품질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한국 농수산물은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전통적으로 발효식품과 관련된 보관용기가 발달돼 있다. 이같은 조건을 충분히 활용해 발효식품의 개발과 연구에 관심을 쏟는다면 다음 세대의 건강한 삶을 지키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상품을 개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한국이야말로 발효식품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이범권(한국청국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