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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향기]김기택 「갈치」

입력 | 1999-03-10 19:24:00


어부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긴 칼을 들어올린다. 칼은 은빛 강철의 빛살을 뿜고 있다. 칼자루에 힘을 주자 칼은 갑자기 둥글게 휘어지더니 힘껏 허리를 찬다. 빛살이 푸드득거린다.

아내는 기다란 참빛을 도마 위에 놓고 도막도막 자른다. 나와 아이는 빗살무늬 사이에 낀 비린 공기를 발라먹는다. 아이의 목에 빗살 하나가 걸려 푸드득 거린다. 아이가 캑캑거리며 운다.

―계간 ‘세계의 문학’(민음사) 99년 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