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 하벨 체코대통령(62)은 동유럽민주화의 상징이자 ‘체코의 양심’으로 아직도 세계의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프라하 시민 1천3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3%가 그의 조기퇴진을 원했다.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응답자는 33%였다.
체코의 인기 TV채널인 TV노바와 최대 일간지 믈라다 프론타 드네스(MFD) 등 언론도 그를 겨냥한 가십기사를 연일 쏟아내고있다. 심지어 대통령자문위원회가 공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해서도 자문하도록 그에게 공개요구했다.
그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활발한 사회봉사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전부인 올가와 사별하고 1년도 안된 97년에 20년 이상 젊은 배우출신의 다그마르 베스크르노바와 재혼하면서부터.
베스크르노바는 저속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야당의원이 하벨을 비난하자 방청석의 베스크르노바가 휘파람을 불며 야유하는 광경이 TV에 생중계됐다.
MFD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하벨의 차이는 하벨이 르윈스키 스캔들에 휘말렸다면 르윈스키와 결혼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96년 이후 5차례나 대수술을 받고도 재집권한 하벨의 권력욕도 국민을 식상하게 하는 요인.
그러나 하벨은 여론이 거취를 결정하는 척도일 수 없으므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대통령직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프라하〓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