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겼더라도 가족임을 입증할 서류가 없다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우의형·禹義亨부장판사)는 11일 96년 사망한 실향민 김모씨의 유산관리인 이모씨가 김씨의 양녀 유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에서 “‘북한에 있는 처자식에게 재산을 양도할 때까지 이씨 등을 유산관리인으로 정한다’는 김씨의 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남긴 유서에는 작성 시기와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아 법적인 효력이 있는 유서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유언 중 ‘북한의 처자식에게 전재산을 양여한다’는 부분도 별다른 증거가 없어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월남 후 양녀로 입적된 유씨가 유일한 상속인”이라고 밝혔다. 6·25전쟁 당시 홀로 월남한 김씨는 64년 백모씨와 결혼한 뒤 백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유모씨(43)를 82년 양녀로 입양했다.
김씨는 백씨가 사망한 뒤 이모씨의 간호를 받다가 96년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