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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27일 개봉「내마음의 풍금」주연 전도연

입력 | 1999-03-11 19:37:00


‘접속’과 ‘약속’으로 서울에서만 1백5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당찬 신세대의 이미지를 지녔으면서도 결코 가부장적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대립이미지를 소화해낼 줄 안다”(‘접속’의 장윤현 감독). 전도연(26)이야기다.

단 두 편의 영화로 ‘멜로의 여왕’에 등극한 그가 변신했다. 60년대 산골이 배경인 ‘내 마음의 풍금’(27일 개봉)에서 열일곱살짜리 늦깎이 초등학생이 세번째 배역이다.

촬영현장에서 그의 별명은 ‘예쁜 여우’였다. “영리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톱스타인데도 성실한 자세로 주변을 감동시켰기 때문”(‘내 마음…’의 이영재 감독).

지난해 11월 계곡물에 빠진 닭을 건지려고 전도연이 물에 뛰어드는 장면을 촬영할 때의 일. 영하 10도의 날씨 탓에 물에 빠진 닭들이 두마리나 죽어나갔지만 전도연은 아뭇소리 않고 물에 풍덩 뛰어들어 허우적대는 연기를 해냈다. “정말 ‘독한 년’이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제작사 아트힐 조은영 대리)

그 지독함과 성실함으로 전도연은 ‘내마음의 풍금’에서 좀 바보스럽지만 사랑에 눈 떠가는 해맑은 얼굴의 시골 소녀를 더없이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화장 안한 내 얼굴 괜찮지 않아요? 나더러 외모는 떨어지지만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라는데, 그 말 너무 싫어요.”

주변에서는 한 눈에 확 끄는 미모가 아닌 것이 오히려 그의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오래 봐도 싫증나지 않는 백지같은 아름다움 덕택에 다양한 성격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평.

전도연은 욕심이 많다. 연기를 잘 못하면 너무 화가 나서 울고 좋은 시나리오를 보면 그 느낌을 빨리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렇지만 방향을 잡을 줄도 안다. ‘접속’이후 쏟아진 출연제의를 뿌리치고 난데없이 가극 ‘눈물의 여왕’에 출연한 것도, ‘약속’이 터진 뒤 멜로영화를 피해 ‘내 마음의 풍금’을 선택했다. “어떤 20대 연기자보다 생각이 뚜렷하다. 인기나 돈에 집착하지 않고 연기에 인생을 건 듯한 태도가 현명해 보인다”(심재명 명필름이사)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