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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제]濠 골드코스트, 美 TV촬영 『환경 우선』거부

입력 | 1999-03-14 18:37:00


“돈도 필요없다. 우린 자연이 더 좋다.”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사와 TV 제작팀의 막강한 자금력과 명성도 자연보호를 앞세운 촬영 예정지 주민들에겐 힘을 못쓰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최근 호주의 골드코스트에서 쫓겨난 미 TV드라마 ‘베이워치’의 제작팀이 대표적인 예.

베이워치는 세계 1백40개국 10억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 국내에서도 ‘SOS 해양구조대’란 이름으로 방영됐다. 베이워치 제작팀은 이달 초 주연 여배우를 대폭 물갈이하고 촬영지도 현재의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호주의 골드코스트해변으로 옮기기로 했다. 푸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으로 세계 최고의 휴양지란 이름을 얻고 있는 명승지. 젊은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펼치기에는 딱 맞는 촬영지였다.

제작팀은 즉각 주정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주정부는 △2백만달러의 사용료 △일자리 창출 △투자유치 △1백40개국의 시청자들에 대한 홍보효과 등을 고려할 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셈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지역 주민들이 촬영을 거부하고 나선 것. 아름다운 해변이 오염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윈드 서핑을 마음놓고 즐길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황한 제작팀은 해변가의 서핑클럽에 사우나와 헬스시설을 지어주겠다며 달랬다. 존 하워드총리까지 나서 “베이워치 촬영은 호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작업을 폈다. 그러나 결국 촬영팀은 하와이 해변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 폭스’도 지난해 환경보호여론때문에 태국에서 고생을 했다.

‘타이타닉’의 스타이자 미국최고의 미남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해변’을 마야 해변에서 촬영할 수 있는 정부 허가를 얻었다. 하지만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정부가 푼돈에 정신이 나가 자연을 팔아 먹는다”고 비난하며 법원에 촬영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낸 것.

결국 제작팀은 △2주간만 촬영 △촬영시 야자수 훼손을 감시하기 위한 식물학자 고용 등의 조건아래 겨우 찍을 수 있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