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7일 단독대좌하기로 함에 따라 경색정국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는 표면적으로 이번 총재회담이 신뢰회복의 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15일 “여야 총재가 국정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함으로써 불신을 없애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도 “여야 총재가 서로의 주장과 진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정국 해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총재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상정하는 의제가 판이한데다 주고받기식으로 해결할 만한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의제 등에 관한 지루한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여야가 여론에 떼밀려 총재회담에 응한 것도 구체적인 회담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야 사무총장이 이날 정국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다.
여권은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정치개혁의 조속한 실현, 경제난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공동대책기구 구성, 지난해 11월 총재회담 합의로 구성된 여야 경제대책협의기구 활성화, 대북 포용정책과 한일어업협정 등 남북문제 및 외교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조요청 등을 의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당파괴 중단약속 재확인, 정치사찰 시인 사과, 재 보선 금권 관권선거 방지, 국정 난맥상, 경제협의체 활성화방안, 대북 상호주의원칙 견지, 표적 편파사정 중단과 특별검사제 도입, 인사청문회 확대실시 등을 의제 후보군으로 상정해 놓았다.
이와 함께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두 총재가 내각제 개헌문제에 관해 물밑거래를 할지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아무튼 회담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차를 볼 때 이번 회담은 정국현안에 대한 상호 의중타진과 대화복원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선거법개정 협상 등 구체적인 현안은 실무선의 후속협의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