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은 세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최적의 경영자는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지요.”
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회장의 친조카이면서 벤처기업 제이텔을 창업한 신동훈(辛東壎·36)사장은 여러면에서 재벌가의 2세답지 않다.
그는 롯데가문 출신이면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혼자 힘으로 정보통신 벤처기업을 세운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렸을 적 과학자의 꿈을 키우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전산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박사학위를 받은 90년 곧장 귀국해 삼성전자에 입사, 첨단정보기술의 집약체인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개발팀장으로 일했다. PDA는 전자수첩만한 크기의 소형컴퓨터. 휴대전화에 연결해 전자우편을 주고받는가 하면 인터넷검색도 가능한 제품이다.
신사장은 97년말 제이텔을 창업, 직접 PDA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후 창업 1년만에 PDA ‘셀빅’을 개발, 싱가포르에 3년간 1천2백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비슷한 성능의 수입제품들이 한 대에 50만원을 넘어서는 데 비해 셀빅은 20만원 가량이면 살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 장점. 국내 대기업들이 1백만원 가량의 고가제품에 주력한 반면 신사장은 누구나 손쉽게 갖고 다닐 수 있는 중저가시장을 노렸다.
요즘은 무선호출기가 내장된 PDA 등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 중이다.
신사장은 “중국 미국 호주 등과도 수출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3백억원의 매출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제이텔은 지난달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아 한국기술금융 등으로부터 33억원의 투자를 추가유치해 지금까지 기술력으로만 55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만한 성공가도에 들어서기까지는 남다른 노력이 뒤따랐다. 회사 창고의 야전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다반사. 신사장은 “우리 회사의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줄 때까지는 쉬지 않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