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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함성득/여야총재회담에 바란다

입력 | 1999-03-16 18:58:00


작년 11월 여야 대결정치가 종식되고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총재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을 때 무척이나 실망했다. 우리 정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여곡절을 거쳐 오늘 다시 한번 어렵게 총재회담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총재회담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모적 정쟁에 진저리쳐온 국민에게 모처럼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러한 국민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말고 대화를 통해 그동안의 대결 정국을 정상화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여야간의 갈등을 빚은 모든 정치적 현안들이 급속히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총재회담이라는 대화의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대화, 타협에 기초한 정치 정상화의 도정(道程)은 아직 멀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우리는 정치가 사회의 변화나 개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새삼스레 절감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는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개혁의 추진자가 아닌 훼방꾼 노릇을 했다. 국민적 일체감을 형성해 경제적 난국을 타개해야 할 정치가 도리어 지역정서를 부추기며 개혁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총재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말로만 ‘대화와 타협’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여야가 ‘협력의 정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총재회담에 대한 몇가지 바람을 적고 싶다.

첫째,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여야관계의 정립으로 잃어버린 정상적인 정치를 찾아야 한다.

여야가 합심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난국에 또 다시 여야간의 정쟁이 지속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대결의 리더십을 지양하고 협력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이러한 정상적인 협력의 정치는 실질적인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는 경제위기 아래에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의 고통을 도외시했다.

실의에 빠져 있는 국민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도록 정치가 앞장서서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즉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위해 과감한 국회의원 정원축소,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선거자금을 포함한 선거관련 제도 개선 등 개혁입법을 제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개혁정치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수출증대와 고용창출’을 이끌어내는 정책개발을 통해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는 실업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경제 살리기’ 정치가 되어야 한다.

결국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은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구축을 통한 ‘돈이 아닌 정책’ 중심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치가가 정치활동을 정책개발에 집중하고 그 정책결과에 따라 평가받는 ‘정책실명제’가 정착돼야 한다. 정책중심의 정치가 바로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며 정치개혁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번에 다시 마련된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어색한 만남’이 국정운영 동반자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자리잡아 정책중심의 새로운 정치를 위한 분수령이 되기를 바란다.

함성득(고려대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