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배정을 받고 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해당 팀 관계자로부터 곧바로 전화가 옵니다.”
“선수와 지도자로 축구만 40년 넘게 한 축구기술자인데 심판이 좋지 못한 의도로 편파 판정을 하는 데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15일 서울 타워호텔. 프로축구 16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프로축구단 사령탑과 전임심판이 한자리에 모였다.
양측은 여전히 씻어내지 못한 앙금이 남아 있음을 보였다.
“상대편 선수가 눈에 보이는 파울을 범했는데도 심판이 고의적으로 외면했다 할 정도로 편파 판정을 하는 데는 어떻게 설명할수 있겠느냐”며 한 감독이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한 한 심판의 반론. “감독이 심판을 신뢰하지 않는데다 아랫사람 다루듯 함부로 대하는데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느냐”는 강변이었다.
“심판이 왔다갔다 하는데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를 주문할 수 없다”는 감독의 말에 “심판도 사람이다.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신뢰를 갖고 지켜본다면 공정한 판정을 할 자신은 있다”고 한 심판은 되받는다.
서로의 입장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바로 수많은 축구팬의 입장이었다.
‘2백만 관중시대’를 넘어선 국내 프로축구. 이제 ‘축구기술자’인 감독이나 ‘축구판정관’인 심판의 수준을 능가하는 수준의 팬이 수두룩하다.
이같이 높은 팬의 ‘눈높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축구인들이 이를 간과해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의 앙숙인 감독과 심판. 그들의 격의없는 토론. 새롭고 유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팬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꿰뚫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개선해도 ‘격세지감’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