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을 통해 동양의 정신세계를 살펴온 김인겸씨가 18∼2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묵시공간(默視空間)―공(空)’을 갖는다.
전시장에는 철판을 소재로 한 조각 10여점이 전시된다. 공사장 한 가운데 버려져 있는 철판을 그대로 닮은 조각들. 적갈색의 고철판을 커다랗게 구부려 놓거나 둥글게 말아 놓았을 뿐이다. 다른 조각작품과 달리 작가가 재료에 일정한 형태를 부여하기 위해 깎고 다듬고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지난 10년간 작가가 계속해 온 ‘묵시공간’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 작가가 재료에 일정한 형태를 부여하는 순간 작품 속에는 작가의 의도가 깃들기 마련이다. 작가의 의도와 형태는 작가가 가진 생각이나 경험의 폭에 의해 제한 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작품에서 이러한 한계를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품에 자신의 손길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자세한 의도와 설명이 없는 커다란 타원형 철판들의 침묵. 빈 공간을 통해 ‘아무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해석을 가능케하는’ 작품들이다. 02―720―1020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