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천년은 강한 군대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우수한 과학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강대국으로 인정받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데 세계 석학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통치철학을 거듭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은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를 통합하고 기초과학지원 기능을 교육부에 이관함으로써 과학기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온 전담부처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로 국민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산업생산을 이끌어가는 과학기술을 홀대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십여년전부터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성공사례와 일본의 쓰쿠바연구단지를 거울삼아 대덕연구단지를 건설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안겨준 두뇌를 공급하는 스탠퍼드같은 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원을 대덕연구단지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원은 대기업의 훌륭한 연구인력을 길러냈고 ‘매디슨’의 이민화사장 같은 벤처기업가도 배출했다.
과학기술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의적 인력과 돈이다. 인력양성을 맡은 과학기술원과 더불어 한국과학재단 역시 기초연구비 지원체제의 성공사례라고 생각한다. 연구비의 결정과정에서 행정이나 관 주도의 결정방식을 벗어나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심사하는 제도를 정착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원이나 과학재단과 같이 성공적 과학기술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위험부담이 큰 모험을 하자는 것인가. 대학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이니까 대학이 속한 교육부로 옮긴다는 단순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과학재단의 역할은 창의적 대형연구를 포함해 목적 지향적이고 탁월성 위주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균형적인 대학 육성과 기반교육을 위주로 하는 교육부의 속성과는 맞지 않는다.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안정을 해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김제완(과학문화진흥회장·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