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없이 맑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이가 스러져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삼성SDS 인력운용팀 정광구과장(43).
수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매주 월요일 오후 3시면 사내 봉사클럽인 ‘푸른마을’회원들과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서울대병원 어린이 백혈병동 PC방. 이곳에서 그는 회원들과 ‘까까머리’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푸른마을’이 백혈병 어린이돕기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도 벌써 7년째. 병마에 신음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뿌듯함보다는 좌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지난주 함께 컴퓨터 오락을 하며 놀던 꼬마 숙녀를 이번주에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됐을 때 느끼는 가슴아픔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푸른마을’이 제70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해 1미터1원 행사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백혈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 백혈병은 완치율이 낮아 심장병 등 다른 병에 비해 사회의 관심이 적다는 설명이다.
‘푸른마을’은 지난해에도 동아마라톤에 24명이 참가해 7백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썼다.
올해는 사내 게시판에 사연을 띄웠더니 전국의 사우들로부터 참가 신청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자르고 잘라 68명의 정예 멤버를 뽑았다. 후원자는 2천여명. 성금 1천5백만원은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이중 서울 본사의 송에리(28)씨는 사내 후원자가 2백명이 넘어서는 대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정과장과 ‘푸른마을’은 지난해 백혈병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엽서를 만드는 ‘예쁜 엽서 그리기’행사를 가지며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몇몇 어린이들이 그림 한쪽에 “나쁜 병에 걸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글을 적었던 것.
‘푸른마을’이 앞으로도 계속 동아마라톤과 1미터1원 행사에 참가하려는 것도 이런 어린이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