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을 위한 30억원짜리 건물. 14명을 위한 47억원 상당의 회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예산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시의원이나 구의원을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의원전용 회관을 신축하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행정구역의 통합으로 시와 군이 합쳐진 일부 지자체의 경우 시의원들이 기존 군청건물을 의원회관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
주민들은 주민편의공간으로 쓸 수 있는 군청건물을 시의회가 독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40평짜리 아파트 수준이다. 이같은 예산 낭비사례는 동아일보와 경실련의 ‘클린 펀드’ 프로그램에 접수된 한 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인천 연수구청은 4백억원을 들여 올 9월 완공을 목표로 새 구청청사와 의원회관을 짓고 있다. 지상건축비만 30억원이 들어가는 의원별관은 3층 건물에 연건평이 1천45평에 이른다.
지역주민들은 “9명밖에 안되는 구의원을 위해 주민 세금 30억원을 들여 별관을 짓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원수 14명의 경북 경산시도 47억원을 들여 지하1층 지상4층(연건평 6백93평)의 의원회관을 짓고 있다. 올 5월 완공될 의원회관은 1층을 제외한 3개층은 시의원이 나눠 쓸 계획이다.
대전 서구청도 3백69억원을 들여 구청 신청사와 구의원 21명을 위해 3층짜리 의원회관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구의원마저 지나친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원수 13명의 경북 문경시는 95년1월 점촌시와 문경군이 문경시로 통합됐는데 문경시 의회가 4층짜리 문경군 청사의 3개층(연건평 5백78평)을 의원회관으로 쓰고 있다.
〈이병기·윤종구·부형권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