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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백혈병 부모-企銀직원 「감동의 릴레이」

입력 | 1999-03-21 19:34:00


난생 처음 뛰어보는 마라톤.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다리도 후들거렸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병상에 누운 내 아이,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끝까지 해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11시 경주 엑스포광장앞.

출발을 알리는 포성과 함께 ‘전국 백혈병 부모 연대’ 소속 아빠와 엄마 42명의 ‘릴레이 마라톤’도 시작됐다. 백혈병 어린이를 둔 이들 아빠 엄마는 한사람이 1㎞씩 이어 달리며 백혈병어린이를 돕는 ‘얼굴없는 후원자’에게 감사하는 ‘보은의 레이스’를 벌였다.

첫 주자는 지난해 12월 17세의 사랑스러운 아들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이현정(李炫姃·47·여)씨. 이씨의 곁에는 같은 모임 회원인 김경자(金景子·40·여)씨가 2년 전 골육종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정우수군(11)을 휠체어에 태우고 함께 달리고 있었다.

다음 주자로 나서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들의 뒤를 따르던 최재준(崔在俊·37)씨와 김형태(金亨泰·34)씨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최씨와 김씨 모두 4세의 아들과 9세의 딸이 벌써 3년째 백혈병의 병마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자는 임정애(任貞愛·44·여)씨. 임씨는 지난해 골수병에 걸렸다 이식수술을 받고 완치된 17세의 아들과 함께 1㎞를 조심스럽게 뛰었다.

“다른 백혈병 환자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뛰었다”는 임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아이들을 후원해준 분들의 작지만 커다란 사랑에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임씨의 말처럼 이날 릴레이는 동아마라톤의 ‘1미터 1원’ 사랑의 레이스를 통해 그동안 도움을 받아온 백혈병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동아마라톤을 위해 마련한 ‘감사의 레이스’이기도 했다.

96년 대회부터 동아마라톤과 함께 해 온 ‘1미터 1원’레이스는 참가자들이 가족이나 친구 중 후원자를 모집하고 자신이 달린 거리를 1미터에 1원씩 환산해 성금을 기부받아 백혈병어린이들을 후원해 온 사랑의 행사.

4시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3시 결승점에 도착한 이들은 휠체어에 앉아 아빠 엄마의 완주를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을 힘차게 껴안았다.

이들은 “오늘 우리가 완주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백혈병도 반드시 나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릴레이 마라톤’에는 그동안 ‘백혈병어린이후원회’를 결성해 후원해온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후원자로 나서 ‘동반 릴레이’를 벌였다.

이들은 ‘전국 백혈병 부모 연대’소속 부모들과 2인 1조가 돼 1㎞씩을 이어 달려 42.195㎞를 완주해 걷은 후원금 42만1천9백50원을 ‘1미터1원회’에 전달했다.

〈경주〓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