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동아마라톤 마스터스대회는 환희와 감동, 사랑의 축제였다. 레이스에 참가한 1만1천3백3명의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 속에는 바쁜 일정중에서도 틈을 낸 정관계 인사, 인기연예인, 안내견의 인도로 ‘인간한계’에 도전한 시각장애인, 3천 가족이 호흡을 함께 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빅딜을 앞두고도 숨가쁜 레이스에 동참한 대우전자 사원들, 4대가 발을 맞춘 일가족 등도 포함돼 있었다.
○…불빛만 겨우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진 시각장애인 3명이 맹인안내견을 앞세우고 대회에 참가해 마스터스 부문 5㎞를 끝까지 완주해 감동을 자아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도사 박영배(朴英培·32)씨와 전주우석대의 두 여대생 이윤희(李潤憘·24)김홍경(金弘敬·21)씨. 골인 지점에 힘차게 들어선 이들은 ‘우리도 해냈다’는 기쁨에 눈망울이 보석처럼 빛났고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이들을 에워쌌다.
국내 마라톤대회에 전맹(全盲) 시각장애인이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들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분신(分身)과도 같은 안내견 ‘송이’‘포근’‘웅지’와 연습을 하며 3주일 동안 발을 맞췄다.
○…마스터스 5㎞부문에 참가한 연예인 가운데 그룹 ‘H.O.T’와 ‘클론’은 팬들의 성화로 경북도경 기동1중대 1백여명에 둘러싸인 채 뛰는 이색 레이스를 펼쳤다. 이번으로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대회에 세번째 참가하는 ‘H.O.T’는 “이제는 봄이 되면 동아마라톤이 기다려질 정도”라며 “내년에는 팬들과 어울려 뛸 수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이들은 대회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골인 지점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4㎞ 지점에서 곧장 숙소로 향했다.
○…동아마스터스대회의 성공은 곧 경주시민의 승리였다.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참가한 제70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경주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때문. 이날 레이스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42.195㎞ 곳곳에 많은 시민들이 나와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이날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계속된 시내 곳곳의 교통통제를 시민들은 묵묵히 지켜보며 ‘마라톤 도시 경주’의 자긍심을 과시했다.
○…이날 참가한 연예인들은 최불암 김선아 신효범 추상미 심양홍 임현식 권은아 김흥국 등.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참가한 김흥국은 레이스 내내 태극기를 휘날리며 ‘호랑나비’처럼 달렸다.
○…영화배우 강신성일씨(62)도 마스터스 하프코스(21.0975㎞)에 도전해 완주했다. 그는 결승 테이프를 끊으면서 주위의 갈채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 호엄장담했지만 사실 많이 걱정했거든요. 막상 뛰어보니 너무 상쾌하더라구요.”
‘울먹이는 사슴’같은 이미지의 탤런트 명세빈(23)도 이날 만큼은 악바리였다. 이날 그는 TV화면의 모습과 달리 다부진 표정으로 레이스에 임했다. 하루 30여분씩 집근처 체육관에서 조깅 등으로 준비해온 그는 KBS2 주말극 ‘종이학’촬영과 영화 ‘북경반점’ 홍보 때문에 21일 새벽에야 경주에 도착. 그는 “연예인들 사이에 화제가 된 동아마라톤이 이 정도 규모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촬영일정 때문에 3㎞지점에서 중단하면서 “도중에 그만두게 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은 지구당 당원 4명과 하프코스를 완주. 하프코스 참가자들의 선두에서 출발한 박의원은 “당초 풀코스를 뛰려고 했으나 지역구에 바쁜 일이 있어 하프코스만 뛰어 아쉽다”고 한마디.
〈경주〓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