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나 위대하고 힘찼으나 마지막은 오직 한사람만이 웃으며 들어왔다.’
제70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천년고도’ 경주의 날씨는 섭씨 9.6도. 습도 44%로 마라톤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 마라톤 전문가들은 날씨로만 보면 한국최고기록은 나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들떴다.
“형재영이 큰일을 낼 것”이라는 건국대 황규훈감독의 말은 정확했다. 그러나 황감독은 만약 37㎞지점까지만 오성근과 장기식이 따라붙어 줬다면 2시간 7,8분대까지도 가능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형재영은 마라톤 입문후 95년 전국체전이후 두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김이용과 함께 이봉주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14번째 풀코스 완주.
◇ 0∼15㎞
한때 코오롱에 몸을 담았다가 군대에 갔다왔던 구미시청의 김민우가 처음부터 내달았다. 그러나 초반 3㎞까지의 언덕길에 너무 힘을 뺀 듯 후반에 갈수록 처졌다. 30㎞까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던 건국대의 이성운도 13㎞지점에서 뒤로 처졌다. 선두그룹은 10㎞지점까지는 20여명이 무리를 지어 달렸으나 15㎞지점에 가까워질수록 10여명으로 줄었다.
◇ 15∼25㎞
20㎞지점에서 코오롱의 정봉수감독이 오성근에게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 선두그룹은 20㎞지점부터 유영훈 장기식 형재영 오성근 정남균 등 5명으로 줄었다.
◇ 25∼35㎞
형재영 오성근 장기식의 삼파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헉헉거리던 장기식이 30㎞ 지점에서부터 눈에 띄게 발걸음이 무거워지더니 끝내 뒤로 처졌다. 정봉수감독은 32㎞지점에서 오성근에게 스퍼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형재영이 조금 빨랐다. 이제나 저제나 오성근의 스퍼트 시기를 살피던 형재영은 길가에 정감독이 보이자마자 먼저 선수를 치며 내달았다. 의외로 오성근은 뒷심이 약했다.
◇ 35㎞∼골인
한번 따라붙던 오성근은 형재영이 재차 스퍼트를 시도하자 싱겁게 앞길을 터주며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이후부터는 형재영의 독주.
37㎞지점의 고갯마루에 올라선 형재영은 멀리 희미하게 뒤따라오는 오성근을 힐끗 한번 본 뒤 신바람이 난듯 그대로 내리막길을 내달았다.
〈경주〓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