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및 보물급을 포함한 문화재 2백여점(1백억원 상당)을 도굴하거나 훔쳐 밀매해온 문화재 전문도굴범 9명이 적발돼 6명이 구속기소됐다. 서울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용진·金龍鎭)는 21일 보물로 지정된 사찰의 불상을 깨뜨려 안에 있던 문화재를 훔치거나 고분(古墳)을 도굴해온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손수석(孫守錫·64) 김만태(金萬泰·42)씨 등 문화재 전문털이범 6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문화재를 몰래 사들여 팔아온 혐의로 문화재 매매업자 오석재(吳錫在·51)씨를 불구속기소하고 이모씨(52) 등 도굴범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97년 3월 경주 기림사에서 보물 958호인 ‘소조비로자나삼존불상’ 중 석가모니 불상을 드릴과 칼 등으로 뚫은 뒤 복장(伏藏)돼있던 금니천룡탱화, 금사 및 비단조각, 부모은중경, 묘법연화경 7책, 능엄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등을 훔친 혐의다.
검찰은 “금니천룡탱화는 국보급으로 평가되며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귀한 문화재”라고 밝혔다.
손씨는 지난해 2월 전남 순천시 선암사(명승 제5호)불조전에 들어가 후불탱화를 칼로 오려내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수배된 이씨는 풍수지리로 묏자리와 보물매장터를 찾아내는 방법 등을 터득해 도굴범 사이에서 ‘스승’으로 통했으며 김씨 등 도굴범들은 이씨로부터 도굴기술을 전수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훔치거나 도굴해온 문화재 가운데는 신라고분출토 금관과 청자오리연적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화재 전문털이범 중 1인자로 꼽히는 손씨가 부인 명의로 대전에서 ‘고당’이라는 골동품상을 운영했고 일본인들이 주고객이었던 점에 비춰 상당수의 도굴 문화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